결혼 전 자동차회사에 다니던 시절 그 친구와 난 입사동기였다.
수많은 동기중에서도 유독 그 친구가 눈에 띈건 슬픈 눈동자 때문이었다.
눈에 띄게 예쁘지도, 그렇다고 요즘 말하는 S라인도, 뭔가 특별할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그 친구에게 왜 시선이 갔을까?

피자와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젊은 아가씨들 답게 분식을 좋아했던 그 친구.
하지만 웃고 떠들면서도 항상 어느 구석엔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내재했던...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의 아버지때문이었다.
마치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독재자라고 그 친구는 평했다.
사춘기때는 집에 들어가기 싫었단다.
하지만 엄마가 불쌍해서 엄마를 보호해줘야할 의무가 있었다고 한다.

오빠는 그런 아버지가 싫어 일찍 독립해서 나가버리고, 여동생은 너무 어려
자기가 중간에서 엄마와 여동생을 독재자로부터 지키려 했었다고...
아주 어렵게 그 친구가 마음속에 있던 어둠을 내게 꺼내보였다.

눈물이 났다.
그 친구의 눈빛이 너무 공허해서 한동안 말을 못했다.

그 후 3년간의 연구소 근무를 마치고 그 친구는 광화문지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만났다.
서로 이야기가 많이 통했기때문일까? 
연구소와 광화문지점을 오가면서도 할 이야기들이 태산처럼 많았다.

그렇게 지내던 중 그 친구의 엄마는 유방암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엄마가 병원에서 투병할 당시 남친의 병수발에 감동해서일까...어느날 그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 사람은 나와도 업무상 자주 미팅하던 사람이라 누군지는 알고 있었고, 하지만 결혼까지 할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됐단다.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 그 친구 마음고생은 안시킬것 같았기 때문에 나도 두사람의 결혼을 많이 많이 축복해줬다.
서울 마포에서 살다, 경기도에서 살다, 지금은 남편의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살고 있다.
물론 남편이 회사를 여러번 옮기는 통에 친구도 아는 사람 한명 없는 대구에서 시어머니와 살고 있다.

아이 셋을 낳고 육아에, 시어머니 수발에, 바쁜지 전화통화도 마음놓고 못한다.
많이 불편한가 보다. 모든게 어머님이랑 안맞는다고, 너무 힘들다고...
힘든 시절을 보냈으니 남편과 아이들과 같이 오손도손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힘들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의지가 되는건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어서라고 입버릇처럼 말을 한다.
안만난지가 몇년됐으니 그 아이들도 많이 컸겠지. 아이들이 크는 건 한순간이니까.
보고 싶다.
내 친구도 보고 싶고, 그 아이들도 보고 싶고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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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담이 2011.07.24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뷰 발행을 안하신거예요?
    글을 통 안올리셔서 잘 계시는지 들렀습니다.
    나이들어 사회에서 친구 사귀기가 쉽지않은데, 참 마음맞는 친구셨나봅니다.
    친구부이 편하게 잘 지내셨으면....

  2. BlogIcon 키드스푼 2011.07.24 2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뷰발행을 않하고 시간나면 간간히 글을 남겨놓고는 합니다.
    목이 좀 아파서 컴퓨터를 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역시 이웃은 좋은것 같아요.
    더위도 좀 물러가고 몸상태가 좋아지면 들를께요. 죄송해요^^

  3. 로보 2011.07.25 1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이 먹먹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낍니다.
    친구분..이전에도 가슴아픈 삶으로 살아왔는데
    지금도 그렇다니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서로가 위로하고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4. BlogIcon 키드스푼 2011.07.26 0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마음이 참 안좋습니다.
    참 착한 친구인데 스트레스를 안으로 삭이고 사는것 같더라구요.
    밖으로 내뱉으면 건강에도 좋을텐데 참고 또 참는게 안스러워서 어찌할줄도 모르겠어요.
    요즘에는 전화통화도 안되고 답답합니다. 무슨일이 있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구요.
    감사합니다.

우산 두개

일상/교육2011.07.14 17:52

비가 온다...
하염없이...
짧은 반바지에 가디건을 걸치고 빗속을 걸었다.

역시 비가오는 날은 반바지가 어울려.
발가락에 닿는 빗물들이 어찌나 시원한지.
그냥 우산을 팽개쳐버리고 막춤이라도 추고 싶다.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하면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멋지기도 하다.
가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것도 무지 재미가 있겠지?
이렇게 관습에, 격식에 그 모든 것들을  따지지 않고 나 하고 싶은 대로만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기는 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게 현실이지.
나는 현실에 살고 있으니까...

버스정류장을 하루에 네다섯 정거장씩 걷고 있다.
비가오니 산은 진흙이 되어 대신 그냥 길거리를 걸으라 한다.
이렇게 며칠간 비오는 날 나는 걸으며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집에 오다 우산을 샀다.
요즘에는 우산이 왜 그리들 예쁜지,
남편것 하나, 내것 하나, 그렇게...

매일매일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양복에 걸맞는 네이비컬러의 멋진 우산과,
몸은 아니지만 마음만 20대인 나를 위해 프릴이 달린 예쁜 핑크색 우산을.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더 멋있어 보이려나?

그러고보면 남자들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비오는 날 여자들은 바지든 치마든 언제든지 원하는대로 입을 수 있지만
남자들은 출근하는데 반바지 차림으로 나설 수 없잖아.
반바지를 못입는 대신 내 우산선물로 남편이 환한 미소를 지었으면...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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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복돌이^^ 2011.07.15 1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치마는 말씀하신대로 저도 요즘에는 입고 싶어요...
    너무 비가 많이 오네요...ㅠ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BlogIcon 키드스푼 2011.07.16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요?
      남자분들 불편한게 참 많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계속되는 장마에 온 집안에 습기로 한가득이네요.
      습기를 몰아내야 할텐데...선풍기를 계속 틀수도 없고, 어서 장마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좋은주말 보내세요.

  2. BlogIcon 몬난인형 2011.07.16 0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굿모닝~!비가 많이 오나 보네요. 반바지 입고 소낙비 맞으면 시원하죠?
    남편 사랑. 너무 이뻐요.현모양처이신 아름더운님.

  3. BlogIcon 키드스푼 2011.07.16 0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형님...
    제가 요즘에 블로그를 많이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뷰발행도 안하구요.
    이렇게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장마철인데 잘 지내고 계시지요?
    고운말씀...계속 이어가도록 노력할께요.
    주말 잘보내세요.

  4. 로보 2011.07.18 1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학생때 엄마 하이힐에 호기심이 생겨 그것을 신고 학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몰려드는 시선이 얼마나 좋든지..ㅋㅋ
    때론 무작정 걷고 싶을때가 있죠.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를 통해 작은 만족을 느낍니다.

    • BlogIcon 담이 2011.07.24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서 로보님을 뵙게되니 너무 반갑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꾸 지금 모습으로 상상이되니... ㅎㅎㅎㅎㅎ
      항상 건강하세요~ ^^

  5. BlogIcon 키드스푼 2011.07.19 0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보님도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셨군요.ㅋㅋ
    상상만해도 정말 재미있고 웃음이 절로 납니다.
    저는 집에서만 신어보고 학교까지는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던적이 있었는데...

    장마가 그치자마자 폭염이 기승이네요.
    비가올때가 언제였나 싶어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오늘도 잘 보내세요^^

  6. BlogIcon 담이 2011.07.24 1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이는 비오는 날이면 집에 들어가서 꼭 어머니한테 야단맞곤했습니다.
    진흙탕물로만 뛰어다녀서....
    또 여름에 소나기만 오면 웃통벗고 뛰돌아다니는 넘도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뭐하고 지내나 모르겠네요...

  7. BlogIcon 키드스푼 2011.07.24 2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그때의 추억이 더 정겹고 미소짓게 하지 않나요?
    저도 그렇거든요.
    어린시절 말썽부리고 다니다 엄마아빠에게 혼났던 그 시절이 참 좋았던것 같아요.
    담이님도 많이 개구지셨을것 같아요. 그쵸?


엄마가 감자 1박스를 보내오셨다.
혼자계신 관계로 그 많은 감자를 나 혼자 어찌 다 먹냐고 하면서 보내오신 감자.
지금 한창 감자가 제철이라 1박스를 통째로 받고 보니 너무 많아서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엄두가 안난다.

그래도 다행인건 나눠먹을 수 있는 좋은 이웃들이 있어서 좋다는 것.

몇년전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70이 훨씬 넘은 나이에 더운 여름철이면 나무그늘에 앉아, 재우와 지윤이가 자전
거나 씽씽카를 타고 놀면 예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그 분.

날마다 뵙던 분이라 어느새 나는 그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드렸다.
아이들 간식을 챙겨줄라 치면, 그 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접시에 조금 덜어놨다가
한달음에 달려가 건네드렸던 추억.

직장다니는 아들며느리와 두 손자를 제외하고 하루종일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계시는지라, 몇십년을 함께 동고동락하여 나눌 이야기가 없다며 오히려 재우와 지윤이 노는거에 정신을 쏙 빼놓고 구경하시던 할머니.

어느날 꿈을 꿨다.
그 할머니의 남편분이 돌아가신 꿈.
너무 생생했지만 괜시리 기분나빠 할까봐 며느리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그 며느리하고는 언니동생하는 관계다)

재우가 학교를 마칠즈음 데리러 가기위해 집을 나섰는데, 그 언니가 파리한 얼굴로 나서는 모습을 봤다.
"언니 왜그래요?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아"
"............"

"언니 정말 왜그래? 무슨일 있어요?"
"어머님이....어머님이...주무시다가 돌아가셨어"

낮잠을 주무시다 아주 편안하게 가셨다고, 살아 계실땐 몰랐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니 못해드린 것만 생각이 난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 불쌍해서 어쩌냐고, 어떻하냐고...계속 눈물을 흘리고...

"편히 가실 수 있게 너무 많이 울지 말아요. 많이 울면 가시는 분 발길이 안떨어진대"
언니처럼 효도하며 산 며느리가 어디있느냐고, 그래도 편히 가셨으니 복 많이 받고 가신거라고 애써 위로하며 발길을 돌렸다.


*    *    *    *    *    *    *    *


엄마가 보내주신 감자 한박스에 불현듯이 그 할머니 생각이 났다.
내 꿈이 맞긴 맞았나 보다.
너무 생생해서 아직도 기억이 나는 그 꿈. 

아마 하늘에서 그 할머니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계시겠지?
'어이구 고 녀석들 많이도 컸네' 하며 머리라도 쓰다듬고 싶으시겠지?

할머니 덕분에 재우와 지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앞으로도 자알 부탁해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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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보 2011.07.14 16: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키드스푼님의 따스한 마음을 보니
    좀 우울했던 마음이 활짝 피는 듯 합니다.
    할머님
    하늘 나라에서 지켜보실겁니다.
    꿈...
    그런 것은 틀려도 되는데...큽

  2. BlogIcon 키드스푼 2011.07.14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보님께서 우울하시군요.
    날씨까지 이러니 더 기분이 가라앉을텐데...
    그래도 로보님 옆에는 좋은 이웃들이 많잖아요.
    그 멋진 이웃님들과 더불어 저도 기운내시라는 응원을 보냅니다.
    로보님. 아자아자 화이팅^^

  3. BlogIcon 담이 2011.07.24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키드스푼님 마음이 참 고우세요.
    편하게 주무시다 가셨으니 분명 좋은곳에서 지우, 재윤이 잘 살펴주고 계실거예요... ^^

  4. BlogIcon 키드스푼 2011.07.24 2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이님 죄송해요.
    제가 요즘 블로그를 잘 안해서 이웃분들도 찾아뵙지 못하고 있네요.
    더위도 한몫하고 요즘 건강관리를 많이 해야해서요...
    좀 나아지면 찾아뵐께요^^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